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그날 아침 부대에서 세안을 마치고 소대로 돌아오는데
지나가는 부대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사실을 알게되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그런지 머리가 텅빈것 같았고
일단 TV에서 나오는 뉴스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불쾌감.
"노전 대통령 자살... 사망..."
아무리 속보라도 급하더라도 단어하나가 그렇게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언론들은 "서거" 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하였다.
나도 생각을 추스리고 보니 이젠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텅빈것 같았다.
원하지 않게 전경이 되어 생활하고있는 나는 영결식 전날 서울로 가게 되었다.
경복궁앞뜰에서 영결식이 진행되고 동문으로 추모행렬이 이어져 나와 시청까지
도보로 이동후 시청광장에서 노제를 지내는것으로 되어있었다.
우리 부대가 맡은 곳은 서문이유인즉 서문쪽으로는 영구차가 지나가지 않음에도
시민들이 모여버리면 일대가 마비가 되므로 그것을 막기위해 일선에 배치되어
시민들이 도로로 나오는 것을 막는일이였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또 서거 당일날 느낀 불쾌감이 다시 밀려오고 있었다.
그날의 인파는 시위대가 아니라 추모행렬인데......
과연 우리가 근무복이아닌 진압복과 기동복을 입는것이
과연 이 행사에 맞는일인가 하는 생각이였다.
그렇게 우리가 서문 쪽을 통제하는사이 영결식은 끝나고
추모행렬이 시민광장으로 가서 노제를 시작하였다.
버스로 돌아와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노제를 보고있는데
"사랑으로"를 시민들이 부르기시작하자 가슴이 미어지면서 눈물이 났다.
나는 그분이 대통령이 될때에는 나이가 어려서 선거를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분이였다...
그런데 너무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때나 밀려오는 상실감과 무기력감 슬픔이
자꾸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분향소에 분향을 하러온 국민중 내 나이 또래는
대부분 나와같이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헌화를 하며
추모시를 읽으며 노란색 풍선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모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빼고 볼수있는
"인간 노무현"의 힘인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온국민의 마음을 흔들고 가셧다.
내가 고등학교때 그분은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수많은 촛불을 태평로로 이끌었으며 위기를 정면돌파 하셨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고 기대도 하지않았던 정치에서
국민들을 자발적으로 일으킨 대통령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처음인것 같았다.
내가 사는 지역은 민주/우리당 지지 기반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내에는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오는사람이 적지않았다.
당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리고 부터는 우리나라 정치에
내가 조금 이라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기간동안의 평가는 사실 여러 말들이 많았던것같다.
잘했다는 사람도 있고 못했다는사람도 있고 그저 그렇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정치적으로 비주류인 그가 정치기반이 약해 추진력을 잃었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누구는 솔직하고 탈권위적이라 하는가하면
다른이는 격이 없고 말이 직설적인것이 문제라 하였다.
사람마다 물론 보는것는 다르기 마련이지만
내 생각으로 확실한것은 임기를 마친후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짖고 시민들과 만나며 미소짓고 사진찍고 이야기하며 보여준 소탈한 모습에서
이것은 분명 전례와는 다른 대통령이 였다는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도 온국민을 촛불을 들게하고 태평로로 이끈적이 있으나
그것은 그전과는 다른 반대의 성격이였다.
아직 많이 남은 임기중에 이번 슬픈일을 겪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써는 실망이 더 많을 뿐이다.
그로인해 지금은 다시 볼수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사람이 많다.
그중 나도 하나이고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미안할 뿐이다.